
래퍼 ‘소띠(Soddi)’의 첫 EP [끔찍한 혼종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ARTIST 소띠 (Soddi)
이름부터 인상적인 97년생 소띠 힙합 아티스트 ‘소띠 (Soddi)’.
어릴 적부터 늘 혼자였고, 텅 빈 집안의 고요함과 그의 고독함을 유일하게 채워주던 것은 음악이었다. 본인이 겪었던 아픔이 깊어서 일까, 그의 음악은 현재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하여 위로가 된다. 본인 스스로 우울한 사람이라고 칭하지만 웃을 때 너무나 매력적인 힙합 아티스트 ‘소띠 (Soddi)’.
희로애락, 삶의 모든 순간에 본인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 곁에 있길 바란다는 그의 데뷔 EP [끔찍한 혼종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속으로 들어가보자.
‘NEVER THE LESS seoul (네버더레스 서울)’의 소띠 (Soddi)
첫 번째 EP앨범 [끔찍한 혼종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림이나 사진처럼, 어떤 한 장면을 생각하고 곡을 작업하는 아티스트 ‘소띠 (Soddi)’는 사실 붓 없는 화가로 칭해도 좋을 만큼 목소리로 그림을 그려낸다.
그의 첫 번째 EP 앨범 [끔찍한 혼종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은 마치 단편 소설책을 연상하게 만드는 이름,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방식으로 곡 구성이 짜여져있다.
늦은 새벽, 아무도 없는 빈 방안에 갇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앨범으로 함께 들어가 깊은 음악을 느끼길 바란다.
‘지나간 시간은 순간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은 멈춰진 사진처럼 그 자리, 그 순간에 존재한다. 약간에 행복과 그리움, 후회, 고통들이 공존하는, 그 순간이 너무 아픈 기억이더라도 태울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소띠 (Soddi)’는 이번 앨범에서 지나간 순간들의 사랑과 그리움, 후회와 고통들을 ‘끔찍한 혼종’으로 표현했고, 고통을 남한테 말하는 걸 싫어하는 그가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음악 밖엔 없기에, 그는 이 앨범에서 모든 것들을 토해냈다.
INTERVIEW 소띠 (Soddi)
Q. 앨범 [끔찍한 혼종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소개 부탁드려요.
A. 곡을 쓸 때 상상하며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요. 이번 앨범 [끔찍한 혼종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는 그림으로 따지면 늦은 새벽, 아무도 없는 빈 방에 혼자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에요. 새벽은 과거에 대한 생각이나 (현재 또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엄습하는 시간이죠.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르고, 헤어진 전 여자친구도 생각나고. 이렇게 현재의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 과거의 안 좋았던 일들을 ‘혼종’으로 표현했어요.
성격상 남들에게 제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해요. 그래서 해소할 방법이 없는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갈 곳 없는 나의 끔찍한 ‘혼종’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앨범 타이틀을 [끔찍한 혼종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로 지었어요.
총 5트랙이 담긴 이번 앨범은 소설책을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각 트랙에 각기 다른 스토리가 담긴 단편소설 모음집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각 트랙마다 담긴 스토리가 다를 것 같은데, 디테일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사실 저는 가사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녹여내기 때문에, 가사만 들으셔도 제가 표현하고자 한 감정과 생각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하지만 더 디테일하게 설명을 드리면 ‘소띠’라는 아티스트와 이번 앨범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Track 1. 11m 먹구름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트랙이에요. 비트(멜로디)는 아름답지만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껴지실 거에요. 앨범 전체 소개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앨범의 기본 이미지는 늦은 새벽, 빈 방에 혼자 누워있는 모습이고, 1번 트랙은 잘 준비를 마치고 이제 막 누운 상태에요. 11m는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높이라고 해요. 그리고 먹구름은 그 자체로 우울한 느낌을 주고요. 전 여자친구(지난 사랑) 으로부터 생긴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낸 현재 제 방 안에 퍼져있는 공포심과 우울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Track 2. 끔찍한 혼종
1번 트랙의 가사는 ‘네가 꺼져 달라고 했으니까 꺼져 줄게’라는 내용이에요. 2번 트랙은 1번 트랙의 후편 (뒷 이야기) 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진짜 꺼지라고 해서 꺼지긴 했는데 너무 슬픈 거죠. 가사를 들으시면 사랑과 이별 앞에 쿨 하고 싶었지만, 쿨 하지 못한 찌질함을 느끼실 수 있으실 거에요. 이별 후 그리움에 사무치는 감정을 곡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네가 보고싶어’ 같은 뻔한 이별 가사가 아닌, 펑펑 울고 소리치면서 그녀를 붙잡고 싶은 간절함을 나타냈어요.
이 곡은 그녀와 헤어진 후 진짜 제 모습을 담았어요. 남들에게는 쿨한 척하느라 보여주지 못했던, 나만 볼 수 있었던 모습을 이 곡을 통해 보실 수 있으실 거에요.

Track 3. 망가진 의식
술에 취하면 횡설수설하게 되고, 수 많은 감정들이 다 섞이게 되죠. 술 취했을 때에 그 느낌을 받아서 쓴 곡이에요. 현재 제 상황이 너무 힘들어요. 아니 힘든 것보다는 짜증나고 화가 나요. 어릴 적부터 친구들, 음악을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배신을 많이 당했어요. 그 누구에게도 사랑 받았던 적이 없는 것 같고, 그래서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고. 이제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혼자 성공할 거니까, 그 때 와서 나한테 친한 척하지 말라고 화내는 모습을 담았어요.
그런데 벌스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상황들이 너무 화나고 짜증나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결국 저의 안식처는 너 (그녀) 였고, 다 때려 치고 당장 너네 (그녀의) 집 앞으로 달려 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Verse 2는 Verse 1에서 한 이야기를 특정한 사건을 떠올리며 조금 더 디테일하게 풀어냈어요.
Track 4. 탬핑
탬핑 (Tamping) 은 커피 용어로 분쇄된 커피를 눌러 다지는 행위를 말해요. 모든 것이 억울하게 느껴져요. 어릴 적부터 안 좋았던 집안에서 가족에게도 최선을 다했고, 친구 관계도 노력했지만 모두 망가졌어요. 모두에게 진심으로 대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 돼서 너무 억울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분출할 곳이 없기에 그 억울함을 “탬핑”하듯 꾹꾹 눌러 담는 다는 의미로 가사를 쓰고 제목을 지었어요. 하이라이트 부분은 제가 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에요. “변기통 하나가 필요해. 탬핑하듯 눌러 담은 분노 섞인 억울함을 게워낼 수 있는 빈방 하나 필요해. 다른 새벽 다른 내가 되기를 원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가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풀어내기 때문에, 이 가사를 들으시면 제가 이 앨범, 그리고 이 곡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실 거에요. 그리고 현재로써는 저에게 ‘분노 섞인 억울함’을 게워낼 수 있는 변기통은 음악 밖에 없는 것 같아요.

Track 5. 크리스마스 기프티콘 (with 지프크락 (ZIPE KROCK))
평소에 캐롤을 좋아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닌 한 여름에도 종종 찾아 들어요. 그런데 캐롤은 랩 송이 많이 없기도 하고, 대부분의 캐롤은 바이브 자체가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서 뭔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ㅋㅋㅋ) 그래서 저처럼 외롭고 우울한 사람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송을 가사로 적어보자라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가사만 보면 조금 우울해질 수 있어요. 여태껏 다 참으며 열심히 살았는데 단 한번의 빛도 안 보여주는 것이 억울해서, 크리스마스 선물 (기프티콘)을 달라고 하는 내용인데, 마지막 곡까지 너무 우울하게 가면 리스너 입장에서는 너무 기운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전체적인 곡의 느낌은 밝게 만들었어요.

Q. 다섯 트랙 모두 큰 애정이 느껴지는데, 가장 좋아하는 트랙 하나만 꼽아주세요!
A.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4번 트랙 ‘Tamping’이에요. 사실 타이틀곡을 선정 할 때도 2번 트랙 ‘끔찍한 혼종’과 4번 트랙 ’Tamping’ 중에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리스너 입장에서는 2번 트랙 ‘끔찍한 혼종’을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 타이틀 곡은 ‘끔찍한 혼종’으로 선택했어요. 저는 가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특히 4번 트랙 ‘Tamping’은 플로우나 중독성 있는 것은 조금 제쳐두고 가사에 완전히 몰두했어요. 저의 최애곡이기도 하고, ‘Tamping’을 들으실 때는, 꼭 가사를 꼭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 였어요. 현재까지도 대부분 ‘랩, 힙합’ 장르는 엄청 유명하지 않으면, 랩을 직접 하거나 랩을 좋아하시는 분들만 듣더라구요. 그런 음악도 좋지만.. 예를 들면 ‘맥 밀러 (Mac Miller)’나 ‘라샤드 (Isaiah Rashad)’, ‘포스트 말론 (Post Marlon)’ 처럼 보다 많은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어요. 저는 남들에게 제 이야기 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제 음악을 통해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Q. 가장 자주 듣거나,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요?
A. ‘맥 밀러 (Mac Miller)’요. 그는.. 나의 외로움을 겪어 본 것만 같아요. (맥 밀러 노래의) 가사를 보면 제가 느끼는 감정들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국 가수이지만, 제 감성과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심지어 작년에 맥 밀러의 비보를 듣고 바로 오른 팔에 맥 밀러 타투를 새겼어요. 그는 저에게 거의 신격화 되어있어요. 제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밀러 형은 어땠을까? 그도 이런걸 겪어 봤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 참, 이번 앨범 타이틀 곡 ‘끔찍한 혼종’ 가사에도 ‘밀러 형’이 등장하니, 가사에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Q. ‘Mac Miller (맥 밀러)’를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이외에도 있나요?
A. 라샤드 (Isaiah Rashad)도 못지 않게 좋아해요. 슬픈 곡도 있지만, 대부분 칠(Chill)한 곡들이 많은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 가사도 복잡하게 적지 않고, 대중이 원하는 것과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잘 섞은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Q.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A. 처음 시작한 건 고1 때였어요. 당시에는 꿈이라기 보단.. 집에 오면 항상 혼자였고 그 고요함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저는 게임에도 관심이 없고, TV 보는 것도 흥미가 없어서, 적막함을 채우기 위해 귀가하면 가장 먼저 음악을 틀었어요. 하루는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노래를 해봤는데 제가 노래를 너무 못하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바로 포기하고 랩을 시작했어요. 그 이후, 직접 녹음한 랩을 힙합 커뮤니티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철희(지프크락)를 친구를 만났어요. 철희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고 있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엔 서울에서 음악을 할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서울에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제가 음악을 ‘업’으로 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냥 평범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처음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고, ‘나는 어리니까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스무 살에 철희랑 같이 서울에 올라와서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을 시작했어요.

Q. 리스너들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비춰지고 싶은가요?
A. 어떤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 혹은 나 이런 사람이야.. 이런 건 딱히 없고, 음악에 대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제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분위기를 업 시킬 신나는 음악이 필요할 때나, 연인과 헤어져서 슬플 때나… 등등.. 사람들이 모든 순간에 찾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아직 제가 유명하지 않아서 (제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게 아쉬워요. ㅎㅎ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A. 먼저, 정말 많이 고생한 철희 (지프크락) 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또..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과거의 슬픈 기억들을 끄집어 내야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떻게든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고, 보통은 사운드가 좋아야 가사도 듣기 때문에, 사운드와 가사 모두 신경 썼으니 많이 들어주세요! 앞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꼭 가사를 보며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